생체접착제 내년 상용화 앞둔 네이처글루텍 김명호 대표
서울 금천구 네이처글루텍 본사 앞에서 김명호 대표(앞)가 연구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홍합의 접착 단백질 성분에 착안한 생체 접착제를 개발한다. 김 대표는 홍합을, 연구원들은 시제품과 연구 도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포스텍은 첨단 바이오 기술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포스코는 유망한 기술 사업화를 지원해 시너지를 노리는 중이었다. 김 대표는 70, 80개의 기술 목록을 살펴봤다. 첫 페이지 끝부분에 있던 ‘생체 접착체’가 눈에 띄었다.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홍합 유래 성분 접착제 기술이었다. 홍합은 바닷물이 들이쳐도 바위에 잘 붙어 있다. 특유의 끈끈한 접착 성분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접착제를 대량생산한다면? 생체 성분이라 인체에 무해해 수술 부위 봉합부터 지혈까지 무궁무진하게 쓰일 수 있다. 김 대표는 당장 차 교수를 만났다. 둘은 의기투합해 그해 9월 함께 ‘네이처글루텍’을 차렸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차 대표는 포스텍이 위치한 경북 포항에 주로 머물며 후속 제품 연구에 매진한다. 김 대표는 창업 후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러하듯 투자 유치에 나섰다.
김 대표는 “연구실에서는 논문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가 나올 정도로만 실험하고 연구하면 되지만 사업화는 다르다. 바이오 대량생산 기술 자체가 까다롭고 어려운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설비 투자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약 991m²(약 300평) 규모의 네이처글루텍 연구실에 있는 각종 설비를 가리켰다. 단백질 배양액 350L에서 300g 접착 단백질을 추출하는 설비가 눈에 띄었다. 실험실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하기 위한 시험 생산 설비다.
현재 네이처글루텍 매출은 없다.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품을 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신청을 해둔 상태다. 직원 상당수는 석박사급 인재다. 가능성을 믿고 인재는 자신의 미래를, 투자자는 자본을 쏟아붓는 구조다. 바이오벤처는 여기에 식약처 등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정부 지원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네이처글루텍은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의 지원 대상으로 선발돼 지원을 받고 있다. 팁스는 중기부가 2013년부터 시행해온 창업 지원제도다. 창업 후 신제품 시판까지 기간이 긴 바이오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네이처글루텍은 창업 4년 만인 내년에 첫 상용 제품 ‘본픽스’와 ‘픽스라이트’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임상을 마치면 본격적인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본픽스는 피부와 조직, 뼈 등을 붙이는데, 픽스라이트는 피부에 중점을 둔 생체 접착제다. 동물용 생체 접착제로도 시장 범위를 넓히고,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투자 문의가 벌써부터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뷰에 함께한 최봉혁 연구소장은 “무엇보다 젊은 연구원들이 내 손으로 만든 제품을 보고 싶어 한다. 모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