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 대표들이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어제 합의했다. 2015년 10월을 마지막으로 끊겼던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혈육을 만날 기회가 2년 10개월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근본적 해결 방안에는 이번에도 북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반쪽 합의에 그쳤다.
이번 회담은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열린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등도 포함됐지만 이산가족 상봉만큼 시급한 과제가 있을 수 없다. 피를 나눈 혈육 간의 만남은 이념도 정치도 아니다. 앞으로 후속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전면적 생사 확인은 물론이고 서신 교환, 화상 상봉, 고향 방문 등의 과제를 하루빨리 성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은 13만2124명에 이른다. 7만5234명이 이미 숨졌지만 5만6890명은 여전히 상봉의 기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생존자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의 이산가족이 3만5960명으로 63%나 된다. 해마다 수천 명은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