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무기/더글러스 엠린 지음·승영조 옮김/408쪽·1만9500원·북트리거
책에 따르면 수사슴은 뿔이 자랄 때 에너지를 평소의 두 배로 소모하며 무기질과 칼슘, 인이 막대하게 필요하다. 식사만으로 이를 충당할 수 없어 필수 무기질이 뼈에서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뿔이 자랄 무렵 수사슴은 계절성 뼈엉성증(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뼈를 감수하는 이유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몬태나대의 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이처럼 자연에서 만나는 장엄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극한의 ‘무기’에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유명한 행동생태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등 자연 속에 묻혀 살았던 학문 귀족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첫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바로 쇠똥구리. 몸에 비해 큰 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천변만화한 동물의 무기를 한눈에 강조한 데이비드 터스의 삽화도 책의 재미를 한층 더했다.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삽화와 활자 속에 등장한 동물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