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세대도 월드컵 때 ‘쌍욕’… 그래도 분노와 탄식 ‘담’ 안넘어 선수도 격려 필요한 아픈 청춘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나이로만 보면 이미 ‘꼰대 존(Zone)’에 무혈 입성한 이 양반은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매번 세 식구가 월드컵 직관을 가고 있다. 항공편은 물론이고 며칠씩 배도 타고 수십 시간 버스, 기차도 타가며 월드컵 개최 도시를 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로 훌쩍 떠나서 카톡방에 이미 ‘이고르’라는 마음씨 좋은 숙소 지배인 아저씨 이야기, 도무지 잠을 못 자게 만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 이야기,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니즈니노브고로드의 닭볶음탕 이야기를 하염없이 풀어놓는다.
오늘도 강의실에서 날 마주 보고 앉아있는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꼰대들도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월드컵을 소비한다. 다만, 우리가 월드컵을 보고 마시고 숨쉬는 호흡이 요즘 젊은 세대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김민우의 태클도 보이지만 김민우의 눈물도 이젠 보인다. 웅장한 러시아 월드컵 스타디움의 최신식 시설도 부럽지만 그곳까지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여정이 더 부럽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하의 마르코 판 바스턴(네덜란드의 옛 축구 스타)이 뼛속까지 부러워할 일일 테고, 족보와는 무관한 아프리카와 아시아권의 언더도그(underdog) 팀들을 어느덧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게 바로 월드컵, 한 달간의 축구축제 아니던가?
그래서 상처도 없었다. 누구에게 줄 상처도 받을 상처도. 젊은이들은 그들 방식대로 월드컵에 몰입하면 된다. 하지만 둘 다 겪어 보니 우리 꼰대들의 월드컵이 더 재밌다. 더 소중하다. 덜 아프다. 대학에서 생활하며 만나는 우리 학생들. 아플 일이 너무 많다. 월드컵까지 우리 청춘들을 아프게 해서 될 일인가. 우리 선수들도 똑같은 청춘. 30대 중반이면 인생 끝날 거라고 더 불안해하는 청춘. 어쩌면 월드컵 끝난 후에도 매일 격려가 필요한 청춘인데. 얼마 전 종영한 어느 ‘아저씨 드라마’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아무것도 아냐.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월드컵이 끝나면 우린 또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꼰대들은 남은 월드컵을 더 즐겨 볼 생각이다. 누구보다도 이젠 아프기 싫어하는 게 바로 우리 꼰대다.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