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법조계 ‘경찰에 과도한 권한’ 우려
그러나 경찰이 그간 드러낸 낮은 도덕성과 수사역량 문제에 비춰 경찰의 수사 권한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경찰은 기업 비리와 금품수수 범죄 수사에 필수적인 계좌 추적 역량도 크게 부족한 상태다.
○ “경찰의 도덕적 해이 우려”
2008년 대구지방경찰청이 수사했던 조희팔 사건에선 조 씨에게 매수된 경찰관들이 사건을 맡아 수사를 방해한 일도 있었다. 경찰이 조 씨 회사의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한 당일 수사 담당자인 정모 전 경사는 조 씨 일당에게서 수표 1억 원을 받았다. 전날에는 대구경찰청 강력계장 권모 전 총경이 조 씨로부터 수표 9억 원을 받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 경찰에 조 씨 일당의 돈세탁 정황 자료를 건넸지만 수사를 미루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2016년 검찰의 재수사에서 모두 드러났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질 경우 사건 당사자가 없는 뇌물 등 인지사건 수사에서 경찰과 피의자가 결탁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 검사는 “중요한 유죄 증거를 제외하고 무혐의 증거만 적힌 불송치결정문을 보내오면 검사가 그 기록만 보고는 뭐가 잘못됐는지 알 수 없다”며 “깜깜이 수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 “경찰 수사역량 받쳐줄까”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발표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1층 로비에 놓인 포돌이 마스코트 앞을 경찰들이 지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또 최근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서도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검사는 “사건 송치 이후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중요 자료가 없어지고 증거인멸이 된 상황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 학계 “조정안은 엉뚱한 개혁”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정부 합의안에 대해 “왼팔을 다쳤는데 오른팔을 수술하는 격”이라며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철저히 할수록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검찰보다 인권 침해에 더 취약하다”며 “수사권 일부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는 식의 수사권 조정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