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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면 신고해줘” 문자 남기고… 알바 간 여고생이 사라졌다

입력 | 2018-06-21 03:00:00

강진서 5일째 실종… 범죄피해 유력
아빠 친구와 승용차로 이동… 야산 근처서 주차차량 목격돼
다음날 아빠 친구는 자살한 듯… 경찰 500명 투입 대대적 수색




16일 전남 강진군에서 실종된 여고생 A 양(16)의 행방이 5일째 묘연하다. A 양이 실종 직전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아빠 친구’는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양은 실종 전날 ‘위험하면 신고해줘’라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냈다. 경찰은 A 양의 범죄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 ‘알바 간다’며 나간 뒤 실종

16일 오후 2시 1분 강진의 한 공장 앞. A 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친구 B 양에게 ‘오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만나기로 한 ‘아빠 친구’ 김모 씨(51·식당 운영)를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A 양은 잠시 후 ‘해남(쪽) 이동’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마지막 메시지였다.

잠시 후 김 씨의 승용차는 서쪽으로 20km를 달려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오후 2시 17분경이었다. 김 씨가 스무 살 때까지 살았던 고향 마을이다. 승용차는 뒷산 중턱 삼거리에 멈춰 섰다. 좁은 농로가 이어진 곳으로 근처에 민가가 없는 한적한 곳이다. 100m쯤 떨어진 곳에는 김 씨 부모의 묘소가 있다.

주민 윤모 씨(50)가 김 씨의 승용차를 목격한 건 오후 3시 15분경. 근처에서 농사일을 하던 윤 씨는 우연히 농로에 서 있던 승용차를 봤다. 인적이 드문 곳에 주차된 차량을 이상하게 여기고 가까이 다가갔지만 짙은 선팅 때문에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오후 4시 24분경 A 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김 씨의 승용차가 서 있던 마을에서 약 700m 떨어진 기지국에서 마지막 위치가 포착됐다. 김 씨의 승용차는 오후 4시 54분 마을을 빠져나왔다. 승용차가 마을 농로에 주차한 시간은 약 2시간 반. 김 씨는 20분 뒤 20km 떨어진 집에 도착했다. 어떤 이유인지 갑자기 승용차를 세차했다. 옷가지 같은 걸 태우는 모습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같은 날 오후 11시 8분경 A 양 어머니가 김 씨 집을 찾았다. 딸이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자 수소문 끝에 김 씨를 찾은 것이다. A 양 어머니가 집 초인종을 누르자 김 씨는 뒷문을 통해 몰래 빠져나갔다. 17일 오전 6시 17분경 김 씨는 자신의 집에서 약 1.5km 떨어진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A 양, 사전에 위험 느꼈나

A 양은 최근 친구 B 양에게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하게 됐다”며 설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씨가 아르바이트를 함께 가는 걸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B 양에게 설명했다. 특히 실종 하루 전 이상한 메시지를 남겼다. ‘내일 알바 가. 위험하면 신고해줘’라고 부탁한 것이다.

경찰은 A 양이 9일 김 씨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양의 아버지와 김 씨는 서로를 알지만 가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A 양이 김 씨와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도 없다. 경찰은 20일 김 씨의 차량이 머물렀던 마을 뒷산과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경찰 500명과 드론까지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A 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김 씨 승용차 안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20여 개의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고 21일부터 A 양 수색에 1300명을 투입한다.

:: 여고생 A 양 실종사건 시간대별 상황 ::

△15일 오후 5시 9분 A 양, 친구에게 ‘나 내일 알바 가… 위험하면 신고해줘’라고 메시지
△16일 오후 2시 1분 A 양, 친구에게 ‘오셨다’라고 메시지
△오후 2시 17분 김모 씨 승용차, 고향마을 입구 통과
△오후 3시 20분 마을 주민, 산 중턱에서 김 씨 승용차 목격
△오후 4시 24분 A 양 휴대전화 전원 꺼짐
△오후 4시 54분 김 씨 승용차, 고향마을에서 떠남
△오후 5시 17분 집에 도착한 김 씨, 14분 동안 세차
△오후 11시 8분 A 양 어머니가 찾아오자 김 씨 도주
△17일 오전 6시 17분 김 씨, 집 근처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