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실종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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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소개를 약속받았다며 집을 나간 뒤 닷새째 귀가하지 않은 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아빠 친구’의 수상한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20일 실종된 A 양(16·고1)과 만나기로 했던 B 씨(51)의 행적을 수사한 결과 상당한 의도와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르바이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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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실종 일주일 전 A 양이 친구에게 “학교 앞에서 아빠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아르바이트를 시켜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또한 A 양은 B 씨를 만나기 전 “아저씨가 알바 소개한 것을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도 보냈다.
A 양이 아버지의 친구이자 가족끼리도 잘 아는 사이였던 B 씨를 만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A 양의 메시지 내용대로라면 B 씨가 A 양과의 만남을 비밀로 하려 했다는 점도 의심스럽다.
●수상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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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의 승용차는 도암면 지석마을로 들어간 뒤 2시간 넘게 지나 마을을 빠져나왔고 오후 5시 35분께 강진읍의 집에 도착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짙은 선팅 때문에 A 양의 동승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B 씨는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집과 인접한 자신의 가게에 두고 외출했으며 승용차 블랙박스도 꺼 놨다. 평소 첫째 아들과 차량을 번갈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B 씨는 평소에도 차에 탈 때마다 블랙박스 연결선을 뽑아 놓아 지난달 25일에 녹화된 영상이 가장 최근 것인 것으로 확인됐다.
●증거 인멸 가능성
B 씨는 16일 오후 5시 35분께 귀가한 뒤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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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차량 내부 세차를 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일어났으면 아마 차량 내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노영희 변호사도 19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차를 세차한다는 것은 실제로 그 차에 묻어 있을 수 있는 피해자의 흔적과 본인의 범행 흔적을 지운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혹시라도 피해자에 대해서 안 좋은 행동을 한 다음에 피해자의 DNA라든가 혈액이라든가 이런 게 묻어 있을까 걱정해서 세차한 게 아닌가 이런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주
딸 친구로부터 ‘아르바이트 소개’ 이야기를 전해들은 A 양 가족은 딸과 연락이 두절된 당일 밤 B 씨 집을 찾아갔다.
가족과 잠자리에 들려고 했던 B 씨는 오후 11시 30분께 초인종이 울리자 자신의 가족에게 “불을 켜지 말라”고 한 뒤, 다른 가족이 문을 열기 위해 밖으로 나간 사이 뒷문으로 달아났다.
이수정 교수는 “아이의 부모가 B 씨를 찾아가는 와중에 ‘아이가 어떻게 됐느냐’라고 아마 전화통화 같은 걸 한 것 같은데 ‘집에 내려줬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더라. 그리고는 막상 실종된 아이의 엄마가 그 집에 도착을 하자 CCTV에 분명하게 잡힌 장면은…. 본인이 이 실종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 뒷문으로 빠져나가야 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B 씨의 행동에 의문을 표했다.
●극단적 선택
A 양 어머니는 17일 오전 0시 57분 경찰 112 종합상황실에 딸의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A 양 어머니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우선 B 씨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B 씨는 집에 휴대전화를 두고 달아난 뒤 모습을 감췄다.
B 씨는 신고 6시간여만인 17일 오전 6시 17분께 집 근처 철도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B 씨가 저항하거나 다른 사람과 접촉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경찰은 이 같은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B 씨를 A 양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경찰은 A 양 실종 5일 째인 20일 인력 500여 명과 헬기, 드론, 탐지견 등을 동원해 A 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전남 강진군 도암면 야산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수색 현장에 유사 사건 수사인력 6명과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4명, 기동대 10개 중대를 지원해 사건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