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은행 채용비리 38명 기소
시중은행들이 유력 인사 자제나 은행 임원 자녀 등 특정인을 뽑기 위해 채용요건, 평가기준을 멋대로 바꾸는 등 광범위한 채용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2015년 신입행원 채용은 현대판 ‘음서제’를 연상케 한다. 인사, 채용을 총괄하는 A 부행장의 딸은 자기소개서에 부친이 현직 임원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적었다. 인사 담당자는 A 부행장의 딸에게 자기소개서 점수를 만점을 주는 등 특별대우를 했다. A 부행장은 2차 면접에 직접 면접관으로 들어가 딸에게 최고 점수를 주는 ‘셀프 면접’을 했고 딸은 결국 최종 합격했다.
부산은행은 부산의 시 금고 유치를 위해 세정담당관의 아들을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국가정보원 간부 C 씨의 청탁을 받고 점수를 조작해 C 씨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하지만 C 씨의 자녀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결국 은행은 C 씨 자녀를 사직 처리한 뒤 이듬해 채용에서 다시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성차별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에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 112명을 불합격 처리했다. KEB하나은행은 2013∼2016년 신입행원 채용 때 남녀 비율을 4 대 1로 미리 정해두고 전형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6개 검찰청과 금융감독원의 공조 수사로 드러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는 총 695건에 이른다. 검찰은 국민은행 이모 전 부행장 등 12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