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5월 신규취업 7만명… 8년새 최저
지난달 일자리 시장에 불어닥친 충격적인 한파는 일시적 부진이라기보다는 민간 기업의 고용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공공 부문 채용에 치우친 정부 정책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봄비가 많이 와 일자리가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000명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5월 이 분야의 취업자 증가 폭이 11만9000명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들은 마이너스 성장처럼 느끼고 있다.
특히 청년층은 민간 분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용 감소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용직의 고용 흐름은 종전과 비슷한데 임시·일용직 감소세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며 “연령대별 고용률을 볼 때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민간 기업의 고용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으면서 청년층은 공공기관만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는 고용 한파를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일시적 요인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호승 대통령일자리기획비서관은 “원래 6월에 보던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5월로 앞당기면서 15만 명이 실업자로 잡혔고, 5월 실업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봄비가 예년보다 많이 와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비 온 날 비율이 42%포인트 정도 늘긴 했지만 이런 설명으론 구조적 요인을 놓치기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또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이 비서관은 이날 “상용직 근로자는 5월에 32만 명 늘어났지만 임시직, 일용직이 각각 11만, 12만 명 줄었다. 안정된 직업은 늘어났지만 불안한 형태의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실직한 취약계층의 고통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뒤 그 근거로 소득 증가 추이를 제시하면서 수입이 불안정한 근로자 외 가구를 빼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비서관은 “임시직, 일용직 문제나 음식숙박업 문제 등은 맞춤형 대책을 만들겠다”며 “일자리 정책은 긴 호흡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반기업적인 정책 기조 때문에 민간의 활력이 줄고 있는 정황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4년 동안 규제 개혁 과제를 발굴해 제출한 게 23번, 발표회나 토론회로 건의한 게 15번 등 모두 38차례였지만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박 회장은 꾸준히 국회와 정부를 찾아가 규제 개혁을 요구했지만 재계에서는 “아직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육 서비스의 일자리가 줄었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기업들이 자연스레 일자리를 늘릴 환경은 조성하지 않은 채 급격한 임금 인상 등 노동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주로 펴고 있다”며 “혁신적인 규제 개혁, 노동 유연성 확보 등 전통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