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前대법원장 회견놓고 갈등
“사실을 왜곡하는 판사들에게 일침을 가한 기자회견이었다.”
“검찰 고발을 피하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불쾌감만 감정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해명한 것을 두고 일선 판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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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법관들은 대법원의 권위가 추락할 것을 우려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의혹을 더 키우면 사법부 독립은 사라지고 대법원 판결이 있을 때마다 정치권과 검찰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 시절에 임명돼 현재 대법원에 있는 대법관들도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해명한 만큼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논란은 이제 끝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재판 거래’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런 프레임을 키우는 이들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해명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논란을 키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소장 판사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사실상 김 대법원장과 특별조사단 결과를 무시한 것이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미리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먼저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의혹을 다 해명하고 문제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지시 없이 법원행정처 문건이 만들어졌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 사법발전위원회가 ‘캐스팅보트’
김 대법원장은 이번 주 연달아 열리는 자문회의 결과를 듣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형사 조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장들이 논의하는 ‘전국법원장간담회’(7일)에서는 형사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소장 판사들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11일)에선 형사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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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에는 김 대법원장이 여론에 휩쓸려 성급한 판단을 내려선 안 된다고 말하는 판사들도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고, 검찰 수사해야 한다’는 글과 국회 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조사하자는 글이 200여 건 올라와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