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식물/리처드 메이비 지음·김윤경 옮김/504쪽·2만8000원·글항아리
빈센트 반 고흐가 지중해의 대표 식물 올리브를 그린 ‘올리브 숲’(1889년). 글항아리 제공
‘춤추는 식물’은 이 같은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식물의 생물학적 가치를 조명하고, 인류의 문화·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미친 이들의 영향력을 분석했다. 식물학의 바이블로 손꼽히는 ‘대영 식물 백과사전’ 등을 펴낸 저자는 식물에 관한 전문적 식견과 대중적인 글 솜씨를 자랑하는 영국 저널리스트다.
식물의 인기가 높아지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는 인간을 치료하는 약재로서의 효능을 인정받으면서부터다. 중세 사람들은 인체와 유사한 모양의 식물을 약재로 사용했다. 인체의 모양과 유사해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진 인삼이 대표적이다. 병의 증상과 식물의 생김새를 동일시하기도 했다. 노란색 꽃은 황달에 좋고, 얼룩무늬 잎은 발진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식이다.
최근에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빛과 소리 화학물질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식물들이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페르몬을 발산해 이웃 식물에 곤충의 습격 사실을 알려주고, 곤충을 끌어들여 생식 수단으로 활용하는 식물의 능력을 확인한 것이다. 식물이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은 여전히 학계의 논란거리지만, 마냥 수동적인 존재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간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존재가 아닌, 그들 스스로 춤을 추고 있는 식물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