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몽상/현민 지음/374쪽·1만6000원·돌베개
자진해서 감옥에 간 저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돌이켜보려 애쓴다. 그러나 관념에 그쳤던 인간애는 지극히 현실적 공간인 감옥에 적용되지 못한다. 자신을 사회성 없는 서울대 출신 병역거부자로 바라보는 동료 수감인의 시선에 야속함을 느끼지만, 그들 눈에 저자는 배부른 소크라테스일 뿐이다. 징역을 받고 감옥에 왔을지언정 억울하다고 느낄 죄수에게, 신념 때문에 감옥에 온 저자의 모습은 한가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 같은 감옥 문학이 뜸해진 지금, 2000년대판 감옥 이야기를 자처한다. 그러나 성장을 기대하고 감옥에 간 저자는 끝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이 좇았던 이상이 무엇일까 반추하는 계기가 된 걸까? 저자의 머릿속에 품고 있는 사회학적, 정치적 코드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솔직한 심정을 가늠해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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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