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린 LG 4세 경영]6월 29일 주총 거쳐 경영전면 나서
재계는 LG그룹이 2003년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춰 이번 세대교체로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주 회사 체제 전환으로 다른 대기업그룹보다 신속하게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이 총 4조 원을 들여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지은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사이언스파크’. LG그룹 제공
익명을 요구한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LG를 비롯해 LG그룹 계열사 모두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되 구 상무를 그룹 경영의 최고 자리에 올려놓는 작업을 곧바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구 상무를 지원할 부회장들은 상당시간 LG그룹 내에서 주력 계열사를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하 부회장은 고인과 함께 지주회사인 ㈜LG 공동 대표이사를 지냈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각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올 초 구 상무가 LG전자 ID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약 4년 동안 구본준 LG그룹 부회장과 함께 구 상무의 경영 수업을 맡아왔다고 알려져 있다. ‘형제 경영 체제’를 구축해 LG그룹 사업 전반을 총괄했던 구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뗄 전망이다.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 11.28%가 구 상무에게 어떻게 승계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LG 2대 주주는 구 부회장으로 7.72%를 갖고 있다. 구 상무는 6.24%로 3대 주주다. 2004년 양자로 입적되기 전까지 구 상무의 ㈜LG 지분은 0.14%에 불과했지만 양자 입적 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 상무의 어머니 김영식 씨도 ㈜LG 지분 4.20%,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LG 지분 3.45%를 갖고 있다.
구 상무는 구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만 물려받아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은 문제다. 증여나 상속 규모가 30억 원 이상일 경우 과세율은 50%에 달한다. 또 상속세 계산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일 때는 할증(약 20%)이 붙는다. ㈜LG 주가인 7만9800원(18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해도 상속세만 약 9000억 원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지분을 승계할 구 상무 입장에서는 상속 재원 마련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LG그룹 주요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보면 명확히 ‘1등’이라 할 만한 사업이 마땅찮다. 반면 ‘세이프가드 등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경제 저성장 기조 장기화’ ‘디스플레이 패널, 모바일 등 중국 저가 공세 심화’ 등 안팎으로 경영 악재 요인들은 산적해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60조 원을 돌파한 LG전자도 당장 넘어야 할 산이 많다.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세워 안정적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HE사업본부를 제외하면 위협 요인이 적지 않다. MC사업본부(모바일 사업)는 번번이 LG전자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고,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삼고 있는 VC사업본부(자동차 전장부품)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 탓에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 영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