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단계적 동시적 조치 필요” 강조 “김정은이 시진핑을 든든한 후견인으로 삼아, 대미 도박 다시 나섰다”는 해석도
동아일보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깜짝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잇따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중 양국이 급격히 밀착되는 가운데 북한의 이런 위협이 나왔기 때문이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평화협정 관련 담판 과정에서 미국에 요구할 현안에 대해 시 주석과 김정은 간 모종의 협의 및 합의가 이뤄졌고 이것이 북한의 태도 돌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 조치를 주장해 왔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은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단계적 조치’(북한의 비핵화 관련 조치마다 미국이 보상하는 것)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보 위협 해소’를 강조했다.
특히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열린 2차 시-김 회담에서 “관련국(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을 없애기만 하면 북한은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북-미가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책임 있게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의 산물로 주장해 왔다. 또 김정은의 이런 발언이 북한 측 보도에 없었고 중국 측 발표에만 있었던 것은 중국이 이 문제를 더욱 중시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 뒤 다롄을 떠난 8일 오후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단계적’ 행동과 북한 안보 우려 해소를 2대 핵심 요구사항으로 그대로 전했다. 북한이 비핵화 관련 성의 있는 행동을 취했으니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취소 등의 조치로 단계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이 고수해온 쌍중단 주장과 똑같다. 다롄 시-김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자신의 카드인 쌍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병행)을 북한의 대미 요구 및 협상 카드로 낼 것을 권고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모종의 협의를 바탕으로 김정은은 시 주석을 북-미 담판의 든든한 후견인으로 확보했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또 다시 도박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