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작년 미국심장학회에서 새로운 고혈압 변경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대한고혈압학회도 국내 기준에 맞춘 새로운 고혈압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평균 혈압 변화 없지만 고혈압 환자 늘어
고혈압은 심장 부하를 증가시켜 심비대를 유발해 심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시키며 이에 따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등이 나타난다. 또 뇌혈관 출혈이나 동맥경화로 뇌졸중(뇌중풍)을 불러일으켜 이로 인한 급사의 위험도 높아진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고혈압은 그 심각성에 비해 인식이나 치료율은 낮은 편이다. 이는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번 팩트시트는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가 1998∼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16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균 혈압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고혈압 유병자와 치료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평균 혈압은 최근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혈압 유병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1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 치료자 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2002년 34%에서 20016년 46%로 증가했으며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치료를 같이 받고 있는 사람의 비중은 25%에서 57%로 더 빠르게 증가했다. 고령이면서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다른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치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혈압 관리 최근 10년간 향상 폭 적어
고혈압 관리 실태를 평가하는 지표인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은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빠르게 증가했으나 그 이후로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율(고혈압 유병자 중 본인이 고혈압인 것을 아는 사람의 비중)은 1998년 25%에서 2007년에 65%까지 향상됐고, 2016년에도 여전히 65%에 머물렀다. 치료율(고혈압 유병자 중 고혈압 치료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1998년 22%에서 2007년에 59%로 향상, 2016년에는 61%이었다. 조절률(고혈압 유병자 중 치료로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사람의 비중)은 1998년 5%에서 2007년 41%로, 2016년에는 44%까지 향상됐다. 10년간 고혈압 관리가 지지부진하다는 결과다. 전반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고혈압 관리 수준이 더 좋았으나 30대와 40대의 비교적 젊은 고혈압 유병자는 아직까지도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모두 50%를 밑돌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고혈압 진단과 치료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김현창 고혈압역학연구회장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전략만으로는 고혈압 관리 수준을 더 이상 향상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대상자 특성별로 특화된 다양한 맞춤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계는 고혈압 관리 취약계층을 찾고 이런 취약계층에 적합한 중재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해야 하며 정부는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고혈압 예방관리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GBD·Global Burden of Disease)에서 전 세계 사망에 대한 모든 위험요인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고혈압이 20%로 1위였으며 담배나 비만보다도 기여도가 컸다”고 강조하며 “고혈압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실제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고 있다”고 걱정의 뜻을 밝혔다. 이어 “고혈압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아 합병증 발생과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를 통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