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상임이사국들이 폐기 검증” 폼페이오, 연락사무소 ‘당근’ 제시 北 “23~25일 풍계리 실험장 폐기… 한-미-중-러-영 취재진에 공개” 트럼프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
6개월전 美 위협하던 北 ICBM… 김정은, 국외로 반출할까 미국이 북한에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제3지역으로 반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이 어떻게 응할지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29일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 실험 직전에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한 외교 소식통은 1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향후 핵 개발 중단과 함께 보유 중인 핵 물질 및 미사일의 국외 반출을 요구했다”며 “보유 중인 핵 반출은 전례가 없고 돌이키기 어려운 만큼 북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이 북핵의 반출을 요구한 것은 제3지역에서의 폐기로 ‘영구적 핵 폐기(PVID)’를 못 박겠다는 의도다.
또 미국은 북한에 “핵을 최대한 빨리 외부로 옮기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P5(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가 참여해 관리 및 폐기를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이뤄진다면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지원을 유엔 차원에서 약속할 수 있다는 트럼프식 ‘채찍과 당근’인 셈이다. 백악관은 핵 반출에 대한 보상으로 북한이 강하게 희망하고 있는 북-미 연락사무소를 평양과 워싱턴에 둘 수 있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일부터 25일 사이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일시적 폐쇄가 아닌 폐기(dismantle)하고, 이를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취재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다.
이 조치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지킬 테니 미국도 비핵화에 따른 보상을 준비하라는 신호다. 하지만 당초 김정은이 약속한 핵 전문가 참관은 빠져 있어 향후 핵실험장 폐기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이 비핵화 논의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감사하다.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평가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