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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점령 마운드… 양현종이 커 보인다

입력 | 2018-05-09 03:00:00

작년 이어 올해도 빛나는 활약, 56이닝 던져 2위… 완투도 2번
타자 맞히지 않는 깨끗한 승부… 국내 무사구 신기록도 이어가




지난해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에이스 양현종은 올해도 8일 현재 5승 2패(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 3.05(6위)를 기록하며 외국인 천지인 KBO 마운드에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8일 두산과의 광주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는 양현종. 광주=스포츠코리아


올 시즌도 KBO리그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 천하다. 각 팀이 외국인 투수 2명으로 선발 ‘원투펀치’를 구성하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됐다. 해가 갈수록 외국인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는 심화하고 있다. 8일 현재 평균자책점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외국인 선수다.

토종 선발투수 실종 시대에 거의 유일하게 빛나는 별은 KIA 에이스 양현종(30)이다. 그는 지난해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정규시즌 31경기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양현종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했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양현종의 호투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6과 3분의 2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승(2패)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3.05로 6위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 이범호와 김민식(2개) 등의 홈런포를 앞세워 선두 두산에 10-0으로 승리했다.


무엇보다 그는 KBO리그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완투형’ 투수다. 이닝 소화 능력은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이 부문에서 양현종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는 2016년 생애 처음 200이닝 이상(200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작년에도 193과 3분의 1이닝을 먹어 치웠다. 두 시즌 연속 최다 이닝 2위였다. 올 시즌에도 8일 현재 벌써 56이닝을 던져 LG 소사(57이닝)에 이어 2위다.

지난해 3차례 완투로 최다 완투 1위를 기록했던 양현종은 올해 벌써 두 차례나 혼자 한 경기를 책임졌다. 4월 19일 LG전에서는 9이닝 4실점(3자책)으로 완투승을 거뒀고, 같은 달 26일 한화전에서는 9이닝 3실점으로 완투패했다.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져주면 중간 계투진을 아낄 수 있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이닝 이터(Inning Eater)’는 큰 힘이 된다.

양현종은 타자들과 가장 깨끗한 승부를 펼치는 투수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2016년 6월 29일 LG와의 경기에서 이병규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것을 마지막으로 단 한 명의 타자도 맞히지 않고 있다. 무려 348이닝 무사구(無死球)로 KBO리그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3일 롯데전에서 김동한을 삼진 처리하며 신동수가 갖고 있던 종전 기록(311과 3분의 2이닝)을 경신한 양현종은 “몸쪽 승부를 피하진 않는 편인데 던지다 보니 그런 기록이 나온 것 같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몸쪽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양현종처럼 좋은 선수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영광이다. 달리 에이스가 아니다”라며 흐뭇해했다.

롯데는 같은 날 LG에 4-2로 역전승하며 KT를 제치고 7위로 뛰어올랐다. LG는 8연승 후 8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