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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퇴 만류에… 물고문 의혹 해스펠, 청문회 완주하기로

입력 | 2018-05-08 03:00:00

美 민주당, 9일 청문회 별러




“그는 ‘스파이의 스파이’였다. 생애 행적 대부분이 묘연한 인물에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리를 맡겨도 좋을까?”

물고문 전력 논란에 휩싸인 지나 해스펠 CIA 국장 지명자(62·사진)가 여론의 이런 의구심 때문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만류로 마음을 바꿨다고 CNN방송이 6일 보도했다.

CNN은 “4일 백악관의 청문회 준비 회의에서 몇몇 참석자가 9일로 예정된 상원 정보위원회 인준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염려하자 해스펠이 ‘내가 사퇴해 상황이 나아진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 날인 5일 마크 쇼트 백악관 의회 담당 수석보좌관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 본부를 찾아가 해스펠을 진정시키고 사퇴 의사를 철회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미국을 위협한 테러리스트에게 가혹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지나 해스펠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지나에게 승리를!”이라는 글을 올려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해스펠은 자신이 로니 잭슨의 전철을 밟게 될까봐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잭슨은 보훈장관 후보로 임명됐다가 인사검증에서 하급자 학대, 근무 중 음주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6일 사퇴했다.

해스펠은 CIA 근무 33년 경력 중 32년 동안 비밀첩보 임무를 수행했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1947년 CIA 설립 후 최초의 여성 국장이 된다. 그러나 해스펠은 3월 후보 지명 직후부터 야당인 민주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잔인하고 가혹한 물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CIA 태국 비밀 수용소, 일명 ‘블랙 사이트(black site)’에서 근무했던 경력 때문이다. 미 공영라디오 NPR는 “다른 모든 고위 관료 후보와 달리 해스펠은 청문회에 두툼한 공직 경력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스펠은 루이빌대를 졸업하고 몇 년 뒤 CIA에 들어갔다. 20여 개 업무를 수행했지만 경력 기록에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근무지만 기재돼 있다. CIA 재직 중에 러시아어와 터키어를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론 와이든 상원의원(오리건)은 “청문회 발언만으로 해스펠이 CIA 국장에 어울리는 인물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CIA가 그의 과거 행적을 감추려 하고 있지만 그와 관련된 비밀문서 상당수를 열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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