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웨신은 이틀 만인 25일 학교에 돌아왔고 위챗에 짧은 글을 남겼다. “모든 친구들의 관심과 도움에 감사합니다. 지금 난 학교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글 아래 ‘아주 긴 공백’을 남긴 뒤 ‘웨신 2018. 04. 25’라 적었다. 그 공백은 웨신이 쏟아내고 싶었던 무언의 외침을 전하는 듯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지난달 30일 웨신은 ‘공개편지 이후 1주일’이라는 제목으로, 그 공백의 비밀을 풀어주는 공개서신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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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에 채우려 했던’ 성명 내용은 이랬다. “정보 공개 제도(개선)를 계속 촉진해야 합니다. 반(反)성폭력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면담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의 기본 권리가 침범당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씨앗입니다. 힘과 마음을 합하면 언젠가 벽을 뚫고 새로운 싹을 틔워 꽃을 피울 것입니다.”
사회 통제가 강한 중국에서 보기 드문 외침이다. 베이징대에선 웨신을 지지해 “면담 과정에서 학생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연판장이 돌았다. 약 200명의 교수, 학생이 서명했다.
공개서신에는 젊은 여학생이 불합리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뇌가 묻어난다. 웨신은 “이 글을 쓰기 전 내 마음은 계속 투쟁이었다. 이 글이 시한폭탄처럼 돼 점점 평정을 되찾는 가족을 폭파해 버릴까 봐, 가족이 정말 나와 관계를 끊어버릴까 봐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웨신의 글에는 학교 측이 학생의 요구를 어떻게 묵살하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학교 측 관계자는 웨신에게 “이 사건을 고위층에서 ‘전복(顚覆)’이라고 규정했다. 그들은 너를 ‘매국행위죄, 국가분열죄’로 다스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졸업하려면 위챗을 한동안 사용하지 말라. 너는 글을 써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네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 현재 (너에게) 가장 좋은 건 자유가 없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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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신 사건을 알았을 린젠화(林建華) 베이징대 총장은 이달 4일 베이징대 개교기념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미래로 가게 하는 것은 굳건한 자신감,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미래를 직시하는 행동입니다.” 웨신의 용기와 행동도 린 총장이 말한 용기와 행동에 포함되는 것일까.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