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맞이하는 한 영화 관계자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했다. 하필 어벤져스 개봉에 맞물려 애지중지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 그는 “그나마 몇 개 되지 않는 상영관이라도 잘 지켜냈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바람을 나타냈다.
요즘 극장가는 ‘어벤져스 천하’다. 사전예매량만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최초로 무려 100만 장을 넘겼고, 개봉 5일째 400만 관객을 넘기며 무서운 속도로 흥행 중이다. 영화 팬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서는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22종 영화 포스터를 며칠에 걸려 겨우 모았다’거나 ‘큰 멀티플렉스 아이맥스관의 로얄석 표를 구했다’는 의기양양한 자랑 글이 넘쳐난다.
마블의 독창적이고 과감한 시도는 국내 관객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를 살펴보면 마블은 전 세계 시장 중 한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는 어벤져스의 흥행에 또 다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터져 나온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사전 수요 조사 등에 따라 시장논리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같은 시기 맞붙은 중소 영화들은 관객에게 선택권조차 주지 않고 시장논리 운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맞선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4’의 거대한 예고편이기도 하다. 더 강해진 어벤져스의 귀환에 한국영화들이 잊혀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재의 다양성 확보 등 한국 영화의 도약이 필요한 때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