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더 레터/사이먼 가필드 지음·김영선 옮김/608쪽·2만5000원·아날로그 가장 오래된 편지부터 나폴레옹의 러브레터까지 ‘소통의 윤활유이자 전달자’… 편지에 관한 모든 것 총망라
왜 하필 편지일까. 저자는 “인간 소통의 윤활유이자 생각의 자유낙하이며, 중요한 것과 부수적인 것, 우리의 멋진 날에 관한 이야기, 가장 묵직한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조용히 전하는 전달자”라고 설명한다.
서기 100년 무렵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의 빈돌란다 유적지에서 발견된 편지. 현존하는 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이 편지에는 생일파티 초대 등 고대 로마인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편지 그 자체가 역사의 기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번성했던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수비오산의 폭발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20여 년이 지난 후 폴리니우스는 화산 폭발 당시의 목격자 진술을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아냈다. “무시무시한 검은 구름이 끝이 갈라져 나부끼는 화염의 분출로 찢어발겨진 채 벌어져서 불의 거대한 혀를 드러냈지요.” 편지에는 비참했던 폼페이의 최후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편지는 폼페이의 종말을 담은 유일한 기록으로 여겨진다.
편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애편지’도 있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설레는 연애편지 수십 통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를 외친 프랑스 나폴레옹(1769∼1821)은 조제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겼다.
나폴레옹이 훗날 황후로 맞아들인 조제핀에게 보낸 연애편지. 내용뿐 아니라 필체도 격렬한 나폴레옹의 애정이 느껴진다. 연인들에게 편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유용한 마음의 전달 수단이었다. 아날로그 제공
연애편지가 우편제도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영국 헨리 8세(1491∼1547)는 두 번째 왕비로 맞이한 앤 불린을 향한 구애의 방법으로 편지를 선택했다. 헨리 8세가 편지를 더 잘 보내기 위해 우정성을 출범시키고, 말을 우편배달에 활용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했단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