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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6차례 핵실험으로 핵무기 완성… 추가 시험 필요없는 수준”

입력 | 2018-04-23 03:00:00

[北 핵실험 중단 선언]전문가들이 본 北 핵-미사일 능력




북한이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선포한 것을 두고 군 내부나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회의론이 짙다. 북한은 핵무기를 최종 완성했고, 이를 실어 나를 미사일 역시 최대 사거리가 1만3000km에 이를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 시험 중단을 선언한 것이지 실질적 핵 폐기나 비핵화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핵무기 및 ICBM 보유국임을 대내외에 다시 한 번 선언한 것으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란 얘기다.

○ ‘미사일 백화점’ 완성

북한은 2016∼2017년 전례 없는 ‘미사일 폭주’로 한국을 겨냥한 사거리 300km 단거리 ‘스커드-B’부터 미 전역이 타격권인 1만3000km 이상의 ‘화성-15형’까지 탄도미사일 다종화에 성공했다.

북한이 지난해 확보한 신형 탄도미사일만 해도 스커드 계열 단거리(사거리 300km·추정), ‘북극성-2형’(1200∼1300km), ‘스커드-ER’ 개량형(1000km), ‘화성-12형’(5000km), ‘화성-14형’(1만 km), ‘화성-15형’ 등 6종에 달한다. 한국, 일본, 괌, 미 본토까지 모두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 종합 세트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 2년간은 ‘북극성-2형’, ‘노동’(1300km), ‘스커드-ER’(1000km) 등 준중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시험 발사해 성공시켰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계획에 치명상을 입힐 주일미군 타격용 ‘3대 미사일’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는 미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5월엔 준ICBM으로 괌 타격용인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했다. 7월엔 ICBM급 ‘화성-14형’을, 11월에는 미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또 다른 ICBM ‘화성-15형’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역사상 가장 높은 고도인 4475km까지 치솟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완결 단계에 도달한 ICBM”이라고 자평했다.

○ 대기권 재진입 검증은 아직

하지만 북한이 ICBM 확보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5형’ 등을 정상 각도(35∼45도)로 발사해 최소 7000km 이상은 날려 재진입 시 발생하는 6000∼7000도의 고열과 초속 7, 8km의 ‘극초음속’을 버텨야 ICBM 기술을 완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재진입 환경을 가정한 시뮬레이션만으로는 ICBM 기술을 완료했다고 선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북한은 재진입 시험을 하더라도 성공 여부를 가리기 위해 분석해야 할 탄두 수거 능력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불완전 ICBM’ 확보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애초 목적은 ICBM 관련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미 위협을 극대화해 미국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이 ICBM급 미사일을 내세워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나 그 주변으로의 미군 전략폭격기 전개 금지 등의 수확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6번의 핵실험으로 핵무기는 완성

전문가들은 ICBM 기술과는 별개로 북한이 6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완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 위력은 군 당국 기준 5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위력)이었다. 미국에선 300kt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50kt이라면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위력(15kt)의 3.3배다. 비공식 핵보유국 파키스탄이 1998년 감행한 마지막 핵실험 위력은 40∼50kt 규모로 알려져 있다.

50kt 수준의 핵무기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미국과 소련은 냉전 시절 경쟁적으로 Mt(메가톤·1Mt은 TNT 100만 t의 위력)급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이는 실전용이 아닌 군사력 과시용이었다.

이후 핵감축이 시작되면서 군사시설 등 목표 지점만 정확히 타격하는 수십∼수백 kt급 핵무기 개발로 방향이 전환됐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무기 위력이 너무 강하면 실제 사용 가능성이 없는 무용지물이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 위력 정도면 실제 작전용으로는 합격선을 넘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화성-15형’ 발사 이후 “(화성-15형은)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추가 핵실험이 필요 없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6번 정도의 핵실험이면 핵무기를 확보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며 “파키스탄 등 통상 핵보유국들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할 때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종료 선언을 하는 것처럼 북한도 그 절차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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