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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살아있는 역사 박물관’ 숲과 함께 한 1년의 기록

입력 | 2018-04-21 03:00:00

◇나무에서 숲을 보다/리처드 포티 지음·조은영 옮김/416쪽·2만5000원·소소의책




우리는 숲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숲의 근간을 이루는 동식물은 또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숲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인간과 숲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여러 각도로 조명한다.

저자는 30년간 삼엽충을 연구해온 과학자이자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선임 고생물학자다. 박물관에서 은퇴한 후 ‘살아있는’ 박물관인 숲을 탐구하기로 했다.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탐구하기 위해 런던 인근에 있는 5000여 평(1만6500여 m²)짜리 숲을 구매했다.

봄꽃이 활짝 핀 4월, 숲 탐구를 시작했다. 이후 1년 동안 매달 달라지는 숲의 풍경과 동식물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풀과 곤충을 채집하고 썩은 나무의 부식 과정을 살폈다. 때로는 나무를 베어 그릇과 상자를 만들었다. 직접 숯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숲에 얽힌 인간의 역사도 간간이 등장한다. 18, 19세기에 숲은 노상강도들의 아지트였다고 한다.

숲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숲은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숲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가 모두 소중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숲이나 공원, 썩어가는 나무둥치가 새롭게 보일지 모른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