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 직업학 박사
마쓰시타는 일본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자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정경숙의 선발기준을 보면 알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젊은이들이 내는 입학원서는 자신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에 관한 30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가 전부다. 이를 토대로 면접을 통해서만 선발한다. 면접의 핵심 포인트는 운(運), 애교(愛嬌), 잔심(殘心) 세 가지다.
운이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마쓰시타는 살아생전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차피 잘될 것이라는 여유를 갖고 있고, 그런 여유는 두려움을 이기게 한다”고 말했다. 긍정적 마음가짐이다. 게다가 자신의 인생을 ‘운이 좋았다’고 설명하는 사람은 대체로 겸손한 성품이다. 어린 시절 가난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병약했던 마쓰시타는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남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가난과 병약함을 ‘타고난 운’으로 여겼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사업이 망했을 때 이를 실패로 단정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마쓰시타 구분법에 따르면 이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좋은 운’인 셈이다.
잔심은 불교에서 유래된 검도 용어. 우리 검도계에선 ‘존심(存心)’으로도 사용된다. 상대방을 공격한 후 곧바로 본래의 자세를 갖추어 반격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자칫 방심하면 역공을 당하기 십상인 탓이다. 이른바 ‘검도 경영’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마무리 지은 뒤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신중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설명한다.
면접 때도 잔심은 쉽게 파악된다. 면접을 마친 뒤 앉았던 의자도 집어넣지 않고 인사도 없이 돌아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손하고 절도 있는 태도로 맵시 있게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수험생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도, 이런 태도의 차이는 분명히 기억되고 또 평가된다. 실제 면접 현장에서는 이런 태도에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많다.
회사를 옮길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뽑는 회사는 후보자가 전 직장에서 어떻게 근무했는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이직할 때 흔히 다니던 회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칫 결정적인 흠결이 된다. ‘이직하고 싶으면 현 직장에 잘하라’는 원칙은 바로 잔심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육동인 직업학 박사
※헤드헌팅 회사 대표를 지낸 육동인 박사가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칼럼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