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파문]동아일보 입수한 댓글 조작 매뉴얼 보니
15일 본보가 입수한 김 씨 일당의 ‘모니터 요원 매뉴얼’에는 온라인 기사의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아 상위권에 노출되기까지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과 유의사항이 7개 항목으로 정리됐다. 이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시간대별 기사 모니터링 인원 배분→기사 선정 후 구미에 맞는 댓글 선별→해당 댓글 추천 수 조작→상위권 유지되도록 추이 관찰→타 세력의 반격 감지되면 즉시 보고’ 등으로 분석된다.
매뉴얼에 따르면 모니터 요원은 김 씨 등으로부터 각각 근무시간을 할당받는다. 이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주요 기사를 선별하는 일이다. 모니터 요원은 주로 정치 관련 기사의 인터넷접속주소(URL)와 초기 댓글 수 등을 김 씨 등에게 보고한다.
출판사 찾아간 안철수 “조직 범죄” 15일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댓글 조작을 주도한 민주당원들이 활동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안 후보는 “이번 사건은 개인 일탈이 아니라 조직 범죄”라고 주장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 씨 등은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며 ‘작업’ 대상으로 삼아야 할 기사 주제와 댓글 선정 기준을 정했다. 정부의 북핵 대응이나 평창 올림픽, 가상통화, 부동산 정책 관련 기사가 주요 대상이다. 모니터 요원은 이 같은 지침에 따라 기사를 고른 뒤 상위권으로 순위를 조작할 댓글을 정했다. 조작은 추천 횟수를 부풀리는 것이었다. 댓글 추천 횟수가 많을수록 댓글이 상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위해 아이디 한 개당 1회로 제한된 추천을 불법적으로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김 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댓글 상위권을 장악한 기사를 ‘작업 기사’라고 불렀다. 경찰 조사 결과 올 1월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의 댓글이 각각 4만여 개의 추천을 받아 최상위에 노출됐다. 모니터 요원은 조작 상태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의 뉴스 갱신 주기에 맞춰 수시로 상황을 점검했다.
김 씨는 매뉴얼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김경수 전해철 의원,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특정 정치인 실명을 거론하며 수시로 뉴스를 검색하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댓글 조작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한 조치 요령도 매뉴얼을 통해 공유한다. 이들은 ‘추빠’(추 대표 지지자 비하 표현)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비하 표현) ‘문꿀오소리단’ 등의 표현을 쓰며 견제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특정 댓글을 상위로 올려놓았는데 이들 누리꾼이 ‘비추천’ 수를 급격히 늘리는 방식으로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수시로 댓글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했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댓글 여론 조작을 위해 이 같은 조직을 운영하게 된 경위와 비용 조달 방식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 등에게 여론 조작을 사주하거나 금전적 지원을 해온 배후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매크로 프로그램 ::
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