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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권한 막강한데… 인사청문회 안 거쳐 ‘검증 구멍’

입력 | 2018-04-12 03:00:00

[김기식 파문 확산]‘국회 청문회 대상 추가’ 여론 확산




한국당 “金 퇴진하라”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외유성 출장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김 원장은 의원 임기 말에 보좌진에게 남은 정치자금을 나눠주며 ‘땡처리’ 했다”고 비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만약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였다면 과연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겠느냐.”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비용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김기식 원장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이야기다. 청와대가 금감원장의 인사검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금융 검찰’로 불리며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감원장은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국회 인사청문 안 받는 ‘금융검찰 총수’

한국당 “金 퇴진하라”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외유성 출장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김 원장은 의원 임기 말에 보좌진에게 남은 정치자금을 나눠주며 ‘땡처리’ 했다”고 비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 원장이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다녀온 유럽 출장 건 등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면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핵심 검증 조항으로 올랐을 것이라는 게 국회 안팎의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 인사청문회를 경험한 야당 관계자는 “해외 출장은 수많은 검증 항목 중 기본에 속한다. 김 원장의 경우는 무조건 청문회에서 정치 쟁점화됐을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현재로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 외에는 금감원장에 대해 제동을 걸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처음 시작됐다. 처음에는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17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으로까지 인사청문회가 확대됐다. 이후 모든 국무위원(장관),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추가되면서 지금은 63개 자리가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되기 전 금감원장도 함께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검토됐지만 유보됐다. 여권은 19대 국회 때 ‘금감원장을 포함한 차관급 인사까지 인사청문회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 반관반민(半官半民)이지만 공공기관처럼 운영

금감원은 현행법상 민간기구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다. 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당연직 금융위원이다. 금감원은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예산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쓴다. 또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아 4급 이상은 재산신고를 하고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의 재산신고 내용은 공개된다.

업무 내용도 금융검찰이라 불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법무부의 실행기관이 검찰청이라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가 설정한 목표를 실행하는 금융검찰이다. 최근 삼성증권 유령 주식 파문이나 은행권 채용비리 등 금융권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아 향후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금감원장 인선 과정에서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는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보다 금융시장과 더 가깝고 힘도 세다. 전문성 도덕성 리더십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 출장 파문을 계기로 금감원장은 물론이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세청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다른 주요 직책에 대해서도 인선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김 원장 논란이 폭로전 양상인데 차분하게 제도 개선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금감원장에 대한 검증 강화가 오히려 정부와 국회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관치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로부터 영향을 받을 경우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금감원의 성격을 일본 금융청처럼 공공기관화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황태호·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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