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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없애라” 삼성증권 사태 불똥 튄 공매도

입력 | 2018-04-11 03:00:00

청와대 청원 20만건 돌파




삼성증권 배당 사고로 촉발된 투자자들의 분노가 공매도 폐지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실제 발행되지 않은 ‘유령주식’이 버젓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결과적으로 없는 주식을 파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 형태의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공매도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투자자들의 증권업계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공매도 폐지” 청와대 청원 20만 건 넘어서

6일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폐지’ 청원은 10일 오후 4시 현재 20만 건을 돌파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한 달 안에 20만 건이 넘으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관련 부처 장관이 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자들은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주식을 찍어내 시세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공매도를 폐지하고 모든 증권사의 거래 내용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한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다는 의미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비싼 가격에 매도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사서 되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을 하는 것이다. 시장 교란 우려가 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공매도에 대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다. 공매도는 개미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불릴 만큼 주가 급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공매도 세력은 빌린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주가 발목을 잡는 데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인 만큼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작전 세력들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매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16년 한미약품 사태처럼 내부 정보를 먼저 입수한 기관투자가들이 공매도로 주식을 팔아치운 사례도 있다.


○ 금융당국 “공매도 폐지 주장 옳지 않아”

금융당국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의 본질은 공매도 문제와 다르다며 폐지 주장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증권사 대표들과 긴급 간담회를 가진 뒤 “이번 사태는 공매도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문제 제기는 추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이번 사태의 원인을 공매도로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공매도 제도의 효용성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폐지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공매도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는 기업의 악재를 주가에 가장 먼저 반영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이유에서다. 거래량을 늘려 시장의 유동성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매도는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학계의 일치된 연구 결과”라며 “이번 사태로 공매도 폐지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신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가 총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그쳤다. 개인의 신용을 믿고 주식을 빌려주는 기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은 참여가 제한된 탓도 크다”며 “일본처럼 개인 공매도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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