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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길진균]10년이 지난 뒤

입력 | 2018-04-10 03:00:00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이 2년 연속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가 9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총 12억2000만 달러(약 1조3047억 원)로 일본의 18억9000만 달러 다음이었다. 인구 기준으로 한국은 1인당 3.5kg으로 일본(2.4kg)보다 많았다.

▷시장점유율에서도 미국산은 지난해 호주산을 제치고 14년 만에 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1년 쇠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1위를 달렸으나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가 2008년에 조건부로 수입이 재개됐다. 당시 시장점유율이 6.4%에 불과했다.

▷2008년 온 사회가 광우병 괴담에 휩싸였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MBC PD수첩을 계기로 그해 5월부터 100일 넘는 기간 동안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한국인은 광우병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청산가리 먹는 것이 낫겠다’ ‘미국인들도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않는다’ 등 괴담이 쏟아졌다. 대법원은 PD수첩의 핵심 내용들을 과장·왜곡보도로 판결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그 후 전 세계에서 보고된 게 없다.

▷광우병 괴담을 주도한 단체, 정치인들 가운데 지금까지 진심 어린 사죄를 한 이는 없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핵심 간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량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검역 체계가 강화돼 걱정을 덜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간부는 “인간광우병은 사후에 뇌를 열어야 확인된다. 위험이 과장됐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 참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