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이 뿌리 깊은 고정 관념이 20대 일본 선수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24)는 투타 겸업으로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개막 첫 10경기에서 투수로는 2승을 거두고 타자로는 3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일본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봤던 미국 언론은 “지구인이 아니다”라는 말로, 그들의 체면을 지켰다.
일본이 어떻게 이런 선수를 키워 냈을까 싶다. 일본은 강속구보다는 정교한 제구력을, 홈런보다는 세밀한 타격을 중시한다. 또 도박에 가까운 호쾌한 ‘빅볼’보다는 교본에 충실한 ‘스몰볼’을 지향한다.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상품을 지향하는 그들 특유의 경박단소(輕薄短小) 문화에 야구라고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토양을 보면, 오타니는 분명 ‘돌연변이’다.
그럼, 오타니는 어떻게 강속구 던지는 걸 배웠다는 말인가.
사사키 감독은 투구 기술보다는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오타니에게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도록 했다. 막연하지 않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오타니는 프로야구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고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세부 목표 8개(체력, 제구, 구위, 스피드, 변화구, 인성, 운, 정신력)를 설정했다. 또 세부 목표당 8개씩 실천방안을 만들었다. 그렇게 총 64개의 항목을 자신의 머리로 일목요연하게 구성했다.
‘운’까지 세부 목표에 넣은 걸 보면, 생각의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운까지 통제하려고 했다.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야구부실 청소, 심판 대하는 태도, 책읽기, 물건을 소중히 쓰자 등 8개 방안을 찾아내 실천했다.
우리 야구도 오타니를 키워 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 고교 야구팀은 70여 개로, 4000개가 넘는 일본과 비교 불가다. 프로야구 역사도 일본은 100년을 내다보고 있는데, 우리는 30년이 좀 넘었다. 그런데 이런 수치보다 생각의 힘이 중요하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획일적인 훈련을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는 역량을 키우도록 한다면 말이다.
비단 야구만의 문제일까 싶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정해진 답이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미지의 상황에서, 오직 자신의 생각으로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게 지금 우리와 우리 후대의 과제가 됐다. 생각하는 방법.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오타니가 세상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