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겹쳐 우려 가중
남북 정상회담,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환율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에 민감한 국내 수출기업의 영업환경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원화가치 상승폭 G20개국 중 2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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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 가치가 유달리 강세를 보인 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으로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주요 2개국(G2) 사이의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한 영향도 있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정책 리스크는 돌발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달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때 환율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해 환율 정책을 양보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 이달 중순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만큼 이 같은 의혹에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 기업 의사결정 힘들어질 우려
원-달러 환율은 3일 1054.2원으로 연중 최저점에 도달한 뒤 4일 만에 1.5% 뛰어오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만큼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KB증권은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연내 환율이 달러당 102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긴장 완화가 가속화되면 달러당 1000원 선이 위협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하반기(7∼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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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상승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수입 물가가 떨어지고 증시에 유입된 외국 자본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수출 물량은 0.12% 줄어들 수 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등 운송장비(―4%)와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3%)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의 단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나 가격 결정을 위한 적절한 선택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