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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김정은에 “너”라고 불러… ‘형님-동생 관계’ 확실히 부각

입력 | 2018-03-30 03:00:00

[김정은 방중 이후]中 관영매체 北中정상회담 보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수첩에 받아 적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김 위원장이 필기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방영했다. 중국 CCTV 화면 캡처

시진핑(習近平·65) 중국 국가주석이 전격 방중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34)을 파격적으로 환대하면서도 ‘우리가 형님, 너희가 동생’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훈계를 듣는 김 위원장’ 이미지를 선전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28일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들을 통해 발표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니(니)”라고 불렀다. ‘니’는 ‘너’라는 뜻으로 아랫사람이나 친구 또는 가까운 윗사람에게 주로 쓰는 호칭이다. 시 주석은 “내가 최근 국가주석으로 다시 선출된 데 대해 네가 가장 빨리 축전을 보냈다. 이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 발표문은 전했다. 반면 김정은은 시 주석을 ‘닌((니,이))’으로 불렀다. ‘닌’은 ‘니’의 경어로 ‘귀하, 당신’ 정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당연히 중국에 와서 귀하(시 주석)를 직접 만나 축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BC 중문판은 “양측이 상대를 부를 때 대등하지 못한 관계임을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회담이 진행되면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각각 상대를 “위원장(김정은) 동지” “총서기(시진핑) 동지”라고도 불렀다고 중국 발표문은 전했다.

중국 측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1월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영어의 ‘미스터 프레지던트’에 해당하는 ‘쭝퉁셴성(總統先生)’으로 불렀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같은 표현을 썼다.

김 위원장에게만 유독 ‘너’라는 표현을 썼다고 중국 측이 발표한 것은 시 주석이 형님 또는 아버지 같은 위치에서, 동생 또는 아들 같은 김정은을 대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영 중국중앙(CC)TV가 28일 공개한 북-중 정상회담 장면은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꾸짖는 아버지와 꾸지람을 듣는 아들과 비슷한 역학관계를 보여줬다”며 “(김 위원장이) 돌아온 탕자처럼 묘사됐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CCTV는 시 주석이 회담에서 김정은이 수첩에 필기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 내에서 시찰할 때 김 위원장의 말을 받아 적는 당정군 고위 간부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왔다. 그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말을 받아 적는 모습을 중국 관영 매체가 클로즈업한 것은 시 주석이 북-중 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충고하는 장면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9일자 1면 대부분을 할애해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회담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2면에도 평론과 각국 반응을 실었다. 그간 정상회담 결과를 1면에 보도했지만 4단 중 2단으로 보도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날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 ‘김정은’은 검색되는 반면 ‘리설주’는 검색되지 않았다. 중국 누리꾼들이 리설주에 대한 관심을 쏟아내면서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비교까지 하자 중국 검열 당국이 검색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대북 제재 조치 등으로 문을 닫았던 북-중 접경지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대형 북한 식당 평양고려관과 류경식당이 최근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이 전화를 걸어본 결과 두 식당 모두 “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정은의 깜짝 방중으로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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