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원대연 기자
최근 만난 ‘산울림’ 김창완 씨(64)는 환갑이 넘었어도 동안(童顔)이었다. 흰 머리와 눈가의 주름이 세월을 말해줄 뿐 특유의 미소는 여전히 해맑았다.
‘리더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김창완 식 답변은 ‘추상적’이었다. 요즘 리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만 했다. 권력을 잡고 놓는 것을 모두 거스를 수 없는 이치 아니겠냐는 뜻으로 들렸을 뿐이다.
인터뷰를 한 뒤여도 그는 여러차례 리더에 대한 생각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왔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광고 로드중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선문답이었다. 며칠 뒤 또 다른 문자 한통.
“저는 소중한 리더의 덕목으로 ’삶의 향기‘를 꼽겠습니다. 은은히 퍼지는 향기야말로 위대한 설득이며 감동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디지털문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삶의 향기‘는 일종의 비상구며 리더는 탈출구의 안내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전해 온 짧은 문자. “백만 명의 어설픈 지지를 받는 것보다 단 한 명의 완벽한 지지를 받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일 겁니다.”
사진=원대연 기자
그는 록 뮤지션이자 방송인으로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다만 하나뿐인 아들에겐 그렇지 못했다고 고백했다.(반면 그의 매니저 얘기는 달랐다. “정말 다정다감한 아버지”라고 귀띔했다.)
광고 로드중
김 씨는 대화 도중 휴대폰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곤 “문명의 이기(利器)가 오히려 소통을 막는 것 같다”고 했다.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소셜미디어에 나의 근황을 올리는 건 편리하다.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면 친구가 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건 소통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요즘 사람들이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는 최근 ‘김창완의 음악’을 다시 듣고 있다고 했다. 녹음실에서 음반을 제작하듯 헤드폰을 낀 채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는 거였다. ‘김창완이 또 다른 김창완에게 다시 불러주는 노래’인 셈이다.
“그 동안 노래를 관성적으로 부르지 않았나 싶어요. 타인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려고만 했던 건 아닌지 돌아봤죠. 내 노래를 내가 부르고 다시 들어보니 비로소 내가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지를 알겠더군요. 자신의 소리부터 깊이 들을 줄 알아야 함을 깨달았죠.”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