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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용 결제시스템 ‘개성페이’ 추진

입력 | 2018-03-20 03:00:00

한은 “공단 재개시 도입 검토”
지정계좌에 달러 대신 원화 입금… 한국서 非군사물품만 구입 가능




정부가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될 때 근로자 임금이나 임차료를 원화로 결제하는 계좌인 ‘개성페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가 북한으로 건네는 자금이 핵무기 개발 등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개성공단 재개 시 관련 자금의 군사적 전용을 막을 수 있는 ‘개성페이’와 같은 원화 결제방식의 적용 가능성 등을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대북 제재와 상충하는지와 현재 진행 중인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간 대화 추이 등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성페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남북경협사업 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이 지정계좌에 달러화가 아니라 원화로 임차료와 임금을 넣으면 북한이 이 계좌를 통해 한국에서 비군사적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경협 대금이 달러로 지급돼 북한이 이 돈을 무기 구매나 핵 개발 등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기재부와 한은은 현재 시행 중인 대북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개성페이가 가능한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은은 “실현 가능성을 연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고, 기재부도 “초기 단계에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성페이가 실현되려면 북한이 계좌에서 원화를 인출해 달러화로 환전하는 것을 막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이 계좌로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하는 과제다.

개성페이와 비슷한 형태는 국내 시중은행에 개설돼 있는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다. 한국 기업은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는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이란 원화계좌에 대금을 원화로 지급한다. 이후 한국 기업이 이란에 생필품이나 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면 이 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는다. 미국 재무성의 허가를 받아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는 우회로를 마련한 것이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