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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압수수색한 날… 안희정 측, 서울 사무실서 물품 급히 빼내

입력 | 2018-03-08 03:00:00

[안희정 성폭행 파문]7일 오전 10여상자 분량 트럭 옮겨
안희정, 서울 오면 사적인 일 보던 곳
더연측 “행사 치르고 남은 책 치워… 압수수색 고려한 것 아니다”
안희정, 예정된 변호인 선임 일단 미뤄 “직접 사과 우선… 추후에 결정”




성폭행 장소 압수수색 7일 오후 안희정 전 지사가 성폭행 한 장소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하러 들어가고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검찰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안 전 지사 측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변호인 선임 등 공식적인 절차는 8일 안 전 지사 입장 발표 이후로 미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검찰 수사에 대비해 꼼꼼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7일 오전 7시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5층 건물 앞. 남성 2명이 책자와 사무용품 등 각종 물건이 담긴 상자들을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들은 수차례 건물과 주차장이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짐을 들고 내려왔다. 이어 주차장에 있던 남색 1t 트럭 짐칸에 실었다. ‘247명의 대통령’ ‘안희정과 함께, 혁명’ 등 안 전 지사의 저서가 보였다.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게 밀봉된 상자 10여 개도 짐칸에 실려 있었다. 약 1시간 후 이들은 상자를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을 마친 뒤 황급히 건물을 떠났다.



이들이 다녀간 곳은 이 건물 3층에 있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곳이다. 2008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안 전 지사의 주도로 설립된 정책연구소다. 원래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다가 2014년 이곳으로 옮겼다. 정책 연구와 함께 다양한 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김지은 씨(33)의 폭로 후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으로 점쳐지던 곳 중 하나다.

더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이 정책 연구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자주 활용됐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 측근에 따르면 더연은 안 전 지사가 서울에 올 때마다 사적인 업무를 보는 공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더연은 안 전 지사가 주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들르는 곳이다. 공적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수행비서나 정무 쪽 직원 등 소수만 동행해서 들렀다. 최근에도 다녀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사무실 상자 싣고 어디로… 7일 오전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인 마포구 서교동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옮겨진 각종 서적과 자료, 상자가 1t 트럭 짐칸에 가득 실려 있다. 유주은 기자 grace@donga.com 

이 때문에 더연에서 수많은 자료가 외부로 옮겨진 것에 의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료를 정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더연 관계자는 “2008년쯤 행사를 하고 남은 책들인데 중립성에 어긋난다고 트집 잡힐까 봐 치우는 것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염두에 두고 정리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가 7일 오후 늦게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증거가 사라지기 전 서둘러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은 김 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장소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러시아와 스위스, 서울에서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약 3시간에 걸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오피스텔 내부를 압수수색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로 예정된 변호인 선임을 일단 미뤘다. 안 전 지사가 8일 충남도청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키로 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측근인 신형철 전 비서실장은 “일단 내일 직접 사과가 우선이다. 그 후에 변호사 선임을 고려해 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서울 지역에서 변호인을 만나 법률 조언을 받고 있으며 2, 3명 선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측근들과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유주은 / 홍성=지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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