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부터 ‘보스’로 불렸던 김기태(가운데) 감독의 리더십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엄격하고 절도가 있다. KIA의 큰 전략적 자산이다. 오키나와 KIA의 스프링캠프는 김 감독의 리더십과 함께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더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6일 방문한 오키나와의 킨 야구장은 그대로였다. 3년 전인, 2015년 3월 김기태 감독이 처음 KIA에 왔을 때, 야구장 외야 펜스에 붙어있던 ‘나는 오늘 팀과 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왜?’라는 포스터도 변함없이 그 자리였다.
다만 KIA와 김 감독을 둘러싼 환경은 상전벽해였다. ‘어디서부터 손댈지 답이 없었던’ 팀은 지난해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팀으로 위상이 격상됐다.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김 감독은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화해야만 할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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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에게 엔트리 짜보라고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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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선수들이 “아닙니다”를 말할 줄 안다
부임 초기 김 감독은 “기죽지 말자”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패배의식으로 위축된 선수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전파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2018년 캠프에서 김 감독의 지향은 반대가 됐다. “더 낮추자.”, “초심을 잃지 말자.” 이젠 자신감을 유지하되, 자만으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한다. 김 감독은 “KIA는 우승팀이다. 우리는 똑같아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럴수록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리그는 육성이 트렌드다. 비슷하면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가 우선권을 갖는 풍토가 됐다. 여기서 KIA와 김 감독은 다소 비켜서 있다. KIA 야수진은 베테랑이 주축이다. 이에 관한 김 감독의 소신은 확고하다. “베테랑들이 쌓은 커리어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야구가 이 정도로 인기를 얻기까지 고참선수들의 기여가 있었다.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는데,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 감독은 “어떤 것이 답인지 모르겠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김기태 방식’은 KIA에서 유효함을 입증하고 있다.
KIA에서의 4년 차, 집권 2기를 맞는 김 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은 어느덧 KIA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김 감독은 “이제야 선수들이 내가 말해도 아닌 것은 ‘아닙니다’라고 할 줄 안다. 감독은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답을 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