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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냐 노동자냐… 여야, 용어 선정부터 신경전

입력 | 2018-03-06 03:00:00

與 “권리 강조한 노동자로 바꿔야”… 한국당 “사회주의적인 발상” 반대
‘동일노동 동일임금’ 넣을지도 논란




여야 정치권은 헌법에 노동계의 요구를 어디까지 반영할지를 두고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헌법 32조, 34조 등에 등장하는 ‘근로자’라는 표현을 ‘노동자’로 바꾸는 문제를 놓고도 기 싸움이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초 개헌 당론을 채택하면서 ‘근로자’라는 표현을 ‘노동자’로 바꾸기로 했다.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근로자’라는 용어가 ‘의무’에 방점을 찍고 있어 ‘권리’를 강조하는 ‘노동자’라는 적극적 개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헌법에서 용어가 바뀌게 되면 근로기준법, 근로복지기준법 등 관련 하위 법령도 용어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동자 개념을 헌법에 넣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적극 확장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맥을 같이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은 여당이 개헌을 경제 분야 이념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신설하려는 헌법 조항들이 ‘사회주의적 경제조항’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민주당 개헌안은 자유시장 경제 원리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표현을 헌법에 삽입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 남녀 노동 격차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동일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방향으로 헌법 조항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불평등이 단순한 격차를 넘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동일노동 동일가치’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노동의 가치를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직종의 변화 속에서 창의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당은 이념 논란과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정작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 문제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은 공무원의 노동 3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되, 경찰과 군인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률로 제한하는 내용을 개헌 당론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보수 야당은 “공무원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를 해야 하는데, 과도한 노동운동을 허용하면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강성 노조의 횡포를 비판하며 진주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폐쇄한 바 있다. 한국당은 이달 안에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여권의 공세에 대응할 방침이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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