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용화 ‘경희대 박사과정 부정입학’ 과정 들여다보니 정씨 “학업 목적” 軍기피 의혹 부인…학생들 특혜 진학에 분노-박탈감 경찰 “정씨 매니저가 청탁한 듯”…관련자 6명 기소의견 檢송치 정씨 5일 입대… 軍검찰서 조사
하지만 면접심사위원장이자 포스트모던음악과 학과장이던 이모 교수(50)가 “정 씨를 합격시켜라”라고 요구했다. 이 교수는 정 씨의 ‘점수’를 메모지에 적어 건네기까지 했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파문으로 여론이 들끓던 때였다. A 교수는 “정유라 때문에 나라가 이 지경인데… 그렇게는 못 하겠다”며 ‘0점’을 줬다. 정 씨는 불합격했다.
○ “군 입대 미루려 대학원 입학 가능성”
지난해 6월부터 정 씨의 부정입학 혐의를 조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정 씨는 첫 번째 면접 한 달여 전인 2016년 9월 입영통지를 받았다. 앞서 정 씨는 그해 8월 병무청에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입대를 연기하고 싶다’는 신청서를 보냈다. 그 한 달 전에는 이 교수와 만나 대학원 입학을 상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정 씨가 군 입대 연기를 위해 대학원 입학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대학원 합격도 어느 정도 짐작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군 입대를 미루려 한 것이 아니다. 학업 목적이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 씨는 “공부 목적이었다면 왜 두 차례나 면접에 불참했느냐”는 질문에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입학한 뒤에도 학교 수업을 거의 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정 씨와 이 교수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 씨는 “이 교수가 먼저 박사과정 입학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교수는 “정 씨 측이 먼저 입학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맞받았다. 경찰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구하자 두 사람 모두 거부했다. 경찰은 경희대 대외협력처 부처장이 정 씨의 매니저로부터 입시 청탁을 받고 이를 이 교수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나는 뼈 빠지게 했는데…” 학생들 박탈감
정 씨가 입학한 경희대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 입학 정원은 2명이지만 지난해 합격자는 13명이었다. 학교 측은 “이 교수 요청에 따라 다른 미달 학과 정원을 통합한 것으로 교육부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희대 일반대학원 예술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은 허탈해한다. 석사과정 준비생 한모 씨(22·여)는 “뼈 빠지게 노력하고 있는데 박탈감이 심하다. 그렇게 쉽게 ‘타이틀’을 주는 건 학교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예술대 석사과정 유모 씨(28)는 “다른 학생들의 꿈을 빼앗아버린 사람이 배울 자격은 있느냐”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희대가) 이 교수 요청에 따라 꼼수를 쓴 셈이다. 학교 내에 입학 전형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경희대 입시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배준우 jjoonn@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