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불거지는 성폭력 폭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불길이 문화·연예계 전방위로 옮아 붙고 있다.
배우 조민기와 영화감독 조근현, 래퍼 던말릭에 이어 23일에는 배우 조재현 씨(53)의 성 추문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연극배우 한명구 씨(58)와 사진작가 배병우 씨(68)도 온라인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소나무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 씨가 재직했던 대학의 졸업생들도 이날 “배 작가가 작업실과 강의실, 술자리에서 신체 접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배 작가 관계자는 “어떤 일로든 상처를 입었다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아직 정확한 사태 파악이 어려워 면밀히 확인한 뒤 다음 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중견 연극배우 한명구 씨도 온라인에 자신이 교수로 재직하는 학교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한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에는 열정적으로 가르치다 보니 늦게까지 작업하는 적이 많았고 술자리도 많았고 그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통절의 마음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종교계마저 미투 열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의 한 신부는 여성 신도에게 성폭력을 시도했던 사실이 드러나 최근 본당 주임 신부 직에서 배제됐다. 이 신부는 최근 자신이 소속돼 있던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스스로 탈퇴했다. 천주교 관계자는 “6, 7년 전 일어난 사건으로 해당 신부가 모든 사실을 인정해 중징계를 결정했다”며 “사제직 박탈 여부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유명 조연배우 O 씨에 대해서도 “1990년대 부산 소극장에서 여자 후배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방송가에선 배우 J 씨, 개그맨 H 씨와 관련한 미투 폭로도 조만간 나올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개그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도 올라왔다. 몇 차례 물의를 빚었던 H 씨는 최근 여러 개그우먼에게 전화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며 미리 진화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의혹이 있는 예술인의 공직 임용을 막고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직과 공공기관에 임용하기 전 신원 조회로 범죄 기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외에 해당 인물에 대한 평판 조회를 심도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김정은·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