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금 3년8개월만에 하락
강남 전세금이 약세를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3년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전세금은 한 주 전보다 0.02% 떨어졌다. 서울 전세금이 하락한 건 2014년 6월 첫째 주 이후 처음이다. 서울 25개 구 중 서초(―0.21%), 송파(―0.14%), 강남구(―0.13%) 등 강남 3구의 전세금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동작(―0.11%), 강동(―0.08%), 노원구(―0.03%)도 내림세를 보였다.
강남에 노후 아파트가 많은 점도 전세 수요가 줄어든 원인이다. 서초구 서초동 N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반포 2차(1978년 입주)에서 전세를 살던 젊은 사람들이 경기 안양시, 위례신도시 등의 새집을 사서 나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이곳 전용면적 68m²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해 말 4억5000만 원에서 최근 3억4000만 원까지 내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집값이 단기 급등하자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놓는 이른바 ‘갭투자 추격매수’가 늘어난 점도 전세금 안정의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시장에선 당분간 전세금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완공 예정인 전국의 새 아파트는 44만 채로 1997년 이후 21년 만의 최대 규모다. 3∼5월에만 9만3358채가 입주를 시작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6000채)보다 40% 이상 많다. 이 중 서울 등 수도권에서 완공되는 아파트는 3만6452채로 지난해의 두 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주민 이주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연말에 완공되는 송파 헬리오시티(9510채) 같은 대규모 단지나 경기지역 신도시로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R&C 소장은 “지금처럼 전세금이 계속 떨어지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세입자가 나갈 때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