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원스토어 이북사업팀 매니저
지도 앱 대신에 종이 지도를 펼쳐 들었다. 여행정보 앱 대신 서로의 감에 기반을 둔 조언에 충실했다. 때때로 이 길이 맞을지, 이 집이 맛이 있을지 내기를 하는 배짱을 부려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아날로그가 주는 다소 불편하지만 설레는 즐거움에 젖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아날로그의 향수만으로 이 여행이 완벽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해방된 ‘인터넷 프리’ 환경에서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의 서로에게만 집중하게 된 것이 컸다. 식사 중에 틈틈이 카톡을 확인하는 대신에 손을 한 번 더 잡았고, 무섭게 오르는 집값 이야기 대신 서로가 느낀 오늘을 궁금해했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나면서 대화에서 현실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갔다. 연애 때는 어떤 얘기를 했지? 기억이 가물거렸다. 해결책으로 매주 하루만큼은 우리 이야기만 하자 약속했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가족, 명절, 야근, 집값, 생활비, 진로, 출산 등 언제나 당장 오늘 몫의 현실들이 산재해 있었고 카톡으로, 메일로, 뉴스로 날아들었다.
잊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눈을 맞추고 오로지 서로에 대해 말할 때 그 대화가 얼마나 달콤한지.
모바일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보다 나은 생활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길을 잃을 자유와, 연결되지 않고 몰라도 될 권리를 빼앗겼는지도 모른다. 물론 의도적으로 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도 앱을 켜지 않고 길을 헤매는 것은 마치, 비 오는 날 우산을 손에 들고 쓰지 않는 것과 같이 작위적일 것이다. 카톡을 두고 문자를 쓰는 것, 모바일 메일을 굳이 확인하지 않는 것, 남들 다 아는 뉴스를 나 혼자만 모르는 것 또한 사회인으로서 용납될 리 없다. 그래서 더욱 가끔은 ‘인터넷 프리’이고 싶다.
김지영 원스토어 이북사업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