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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美보호무역에 강공… 靑 “안보는 안보, 통상은 통상”

입력 | 2018-02-20 03:00:00

[통상압박 대응 나선 한국]‘당당하고 결연한 대응’ 지시




“美에 부당함 적극 주장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무역 규제 등에 대해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결연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한(對韓) 무역제재에 결연하고 당당한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북-미대화 가능성 등 안보 문제와는 별개로 불합리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선 고강도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 청와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불평등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 “안보는 안보, 통상은 통상”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작심한 듯 미국의 잇따른 무역규제 조치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거나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국내 산업들을 일일이 열거한 뒤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서로 다르게 궤도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북-미대화가 굴러가는 논리와 통상문제가 굴러가는 논리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이유로 미국의 무역제재에 처음부터 양보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미국이 주요 동맹국 중 유일하게 한국을 철강 제재 대상으로 삼은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요청에도 미국은 오히려 철강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은 동맹, 통상은 통상’이라고 선을 그었으니 우리도 그렇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제기한 한미 FTA 문제도 재검토

국회 찾아간 한국GM노조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임한택 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김재홍 군산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한국GM 노조 지도부가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민주평화당·왼쪽)을 찾아 면담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청와대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기회에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며 요구했던 국내법과 통상조약 우선순위 간의 문제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국내법인 연방법 및 주법이 한미 FTA와 충돌하면 국내법을 우선 적용한다. 행정조치계획(SAA)에 ‘미국의 권리와 의무에 합치하지 않은 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 반면 한국은 국내법과 통상조약 간의 우선순위를 규정한 법이 없다.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FTA가 한국은 최상위법으로 있는데 미국은 번복할 수 있는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던 차”라며 “(문 대통령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 그러면서도 일단 미국 설득에 집중

문 대통령 지시에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이 한국에 관세를 선별 적용하는 안을 최종 결정하면 WTO 제소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특정 국가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이 철강 제재를 확정할 4월 11일까지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카드를 마련하되 국익 우선 원칙을 감안해 가능하다면 결국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 이는 안보와 통상을 별도 트랙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결국 통상 갈등이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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