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1100주년 특별전’ 남측 제안에… 北 “올림픽 뒤 본격 논의하자” 화답 12년 만의 문화교류 재개 기대감
2006년 6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 전시 현장. 동아일보DB
26일 여권 관계자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역협)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고려 유물 반출에 대한 북측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역협 관계자는 “북측이 전시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이르면 올 7월 서울에서 전시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과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을 오가는 순회 전시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역협이 전시 개막 시점을 올 7월로 잡은 건 고려가 918년 7월 27일(음력 6월 15일)에 건국됐기 때문이다.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전시의 의미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고려 석조 미술 걸작으로 꼽히는 개성 관음사 관음보살좌상. 동아일보DB
특별전이 성사되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교류를 이어가려는 정부의 계획에도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적처럼 만들어낸 (남북) 대화의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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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공간 확보와 대여기간 검토에 착수한 걸로 알려졌다. 박물관은 평창 올림픽 폐막 이후 만월대 유물이 들어오면 대여기간을 늘려 12월 개최 예정인 ‘대(大)고려전’에도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만월대에서 출토된 금속활자와 청자기와, 태조 왕건 동상 등 전시에 필요한 유물 목록을 통일부에 전달했다”며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북측과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6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된 고려 태조 ‘왕건 동상’.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소장품으로, 개성 왕건릉에서 발견됐으며 높이는 143.5㎝다. 동아일보DB
고려 특별전이 성사되면 12년 만에 북한 유물이 남한에 들어오는 것으로, 한동안 끊어졌던 남북 문화 교류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서 북한 문화재가 전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6~8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 특별전이 마지막이다.
문체부와 문화재청은 평창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 재개도 북측과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남북 학계는 2004년 개성공단, 2005년 평양 고구려 유적, 2006년 평양 안학궁성을 함께 발굴했다. 이어 2007년부터 매년 우리 측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북측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만월대를 공동 발굴했으며 2015년에는 이곳에서 고려 금속활자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만월대 공동 발굴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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