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죽음이…’ 펴낸 허대석 교수 연명의료 중단법 임종기 기준 모호… 2월 전면 시행때 혼란 부를수도 현장 의료진-가족 판단이 중요… 선의 믿어주는 풍토 조성 시급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다음 달 4일 전면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해 “꼭 필요한 것만 강제하고 세세한 것은 의료 현장의 판단에 맡겨야 환자의 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대석 교수 제공
허 교수는 1998년부터 12년간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실장을 맡아 말기 암 환자를 상담하는 동안 ‘존엄한 죽음’을 돕는 일이 누군가의 봉사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 결실을 담은 연명의료결정법은 다음 달 4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환자가 임종기를 맞으면 기존에 작성해 둔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인공호흡기 등을 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허 교수는 법 시행에 맞춰 그간 자신이 겪은 연명의료 현장의 갈등과 제도적인 문제점을 책으로 엮었다. 19일 출간되는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이다.
허 교수의 책에는 두부 자르듯 합법과 위법을 가를 수 없는 현장의 사례가 여럿 담겨 있다.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가족이 만류해 마지막 순간까지 항암제를 맞았던 40대 위암 환자, 의식을 잃은 아들을 대신해 연명의료 포기 의사를 밝힌 아버지와 “인공호흡기를 떼면 소송하겠다”며 반대한 어머니….
그의 결론은 “선의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이 제 취지대로 환자의 고통을 덜고 결정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내용만 강제하고 세세한 것은 현장의 의료진과 가족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허 교수는 “새 법은 서식까지 합하면 40쪽 분량인데, 정작 환자의 고통이 큰 에크모(체외순환기) 등 연명의료는 중단 결정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어길 것을 전제로 만든 법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저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친한 사람에게 전화도 걸고, 가족과 손도 잡아 보다가 멀쩡한 의식으로 생을 마치고 싶어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도 곧 쓸 겁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