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 일색이었던 미국 월가도 가상통화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선물시장은 전 세계 가상통화 급등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물시장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17일 새벽 글로벌 가상통화 시세가 일제히 급락했다.
○ ‘비관론’ 일색에서 벗어나는 월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로 리스크(손실 위험) 관리가 가능해지자 월가도 가상통화 투자에 관심이 커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최근 비트코인 관련 보고서까지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전력 수요가 세계 전력 수요의 0.6%에 이르고 2025년에는 세계 전기차 전력 수요보다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자국 통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비트코인이 달러 같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이먼 회장도 “비트코인을 만든 블록체인 기술은 현실이고 투자자들은 ‘크립토(암호)’ 엔화와 달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월가 트레이더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업을 위한 투자은행 ‘갤럭시 디지털’ 설립에 착수했다. 이를 주식시장에도 상장할 계획이다. 그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블록체인 벤처 투자, 암호화폐 자산 관리에 나서 갤럭시 디지털을 ‘가상통화의 골드만삭스’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미 선물시장 세계 가상통화 급등락에 영향
17일 세계 가상통화들은 일제히 폭락했다. 16일 오전 6시 코인당 1956만9000원이던 비트코인은 17일 오전 6시 1291만9000원까지 급락했다. 같은 시간 다른 가상통화인 리플도 2475원에서 1220원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 급락이 미국 비트코인 선물시장의 만기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BOE와 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의 만기일은 각각 17일, 26일(현지 시간)이다. 투자자들이 만기일을 앞두고 청산을 위해 매물을 쏟아내면서 선물 가격이 폭락했고, 이로 인해 현물 가격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날 CBO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20% 급락해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 빗썸 관계자는 “비트코인 선물을 매도하는 것이 반드시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비트코인 투자를 많이 한 기업들은 현물 가격 하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선물을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선물시장이 자리를 잡으면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