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세계 으뜸갈 만큼 발명품을 쏟아낸 창의적인 나라였다. 개방적인 기풍으로 이슬람과 중국 문화를 흡수하며 쌓은 역량 덕분이다. 천문 역산 의학 도량형 인쇄 화약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취를 남겼다. 무신정권 이후 고려는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조선 초 세종 때 과학기술의 황금기를 맞은 것도 고려 때 축적에 힘입었다. 최무선이 개발한 화약은 역사의 흐름까지 바꿨다. 왜구를 물리친 태조 이성계가 전쟁 영웅으로 떠올라 새 왕조를 세웠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은 올해 12월 ‘대(大)고려전’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연다. 특별전에서는 4대 명품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고려 문화유산을 모아 개방적이고 독창적인 고려 과학기술·문화의 진수(眞髓)를 보여줄 계획이다. 배기동 국립박물관장은 “금속활자, 대장경, 청자는 고려인의 창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코리아라는 나라의 이름과 함께 나라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바로 고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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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