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을 쓸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문예지에서 청탁하는 건 대부분 단편소설이니까요.”
처음 쓴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로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손홍규 소설가(43)의 말이다.
한국은 단편소설이 특히 발달한 나라로 꼽힌다. 권영민 문학평론가(단국대 석좌교수)는 “외국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단편을 잘 쓰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서사적인 구조를 갖춰 좀 더 긴 분량으로 단편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단편은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밀도 있는 이야기를 담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손 씨는 “중편을 써보니 단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미학적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꿈을…’에 대해 “장편이 추구하는 서사의 역사성과 단편에서 강조하는 상황성을 절묘하게 조합하며 중편다운 무게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여러 장르에서 다채로운 작품이 나올 때 독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중편이 한국 소설의 토양을 풍요롭게 만들지 그 미래가 사뭇 궁금해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