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했다. 이에 앞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칼둔 청장과 만나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양국 간 에너지, 전자 등 산업 분야와 관광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국방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이 연이어 UAE를 방문했어야 할 정도로 긴박했던 양국 관계가 칼둔 청장의 방한으로 정상화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12월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 직후부터 불거진 갈등설을 되짚어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야당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UAE의 불만, 원전 리베이트 수수, 대북 접촉 등 숱한 의혹이 쏟아졌지만, 결국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칼둔 청장이 어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조찬에서 ‘UAE는 한국 원전에 대한 불만이 없는데, 왜 한국에서 우리가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도되는지 당황스럽다’고 했을 정도다.
어제 중앙일보는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의 말을 인용해 2009년 원전 수주 과정에서 정부가 ‘유사시 한국군 자동 개입’ 조항이 포함된 비밀 군사협정을 UAE와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원전 수주 경쟁국이었던 프랑스에 프로젝트를 빼앗길 것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린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사시 자동 개입’을 포함한 군사협정은 군사동맹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동의 수니파 국가와 이 정도 무게의 군사협정을 체결하면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 무엇보다 안전보장과 관련된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위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