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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조태임]환경과 축산의 공존 모색해야

입력 | 2018-01-09 03:00:00


조태임 한국부인회 회장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경기 양주의 한 농장에서 우유 짜기와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왔다. 목장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주인아주머니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냥 돌아설까 하다 훌륭한 목장에서 젖소들을 돌보며 편안하게 사실 것 같은 분이 왜 슬퍼 보이는지 문득 궁금해져 여쭈었다.

사연은 이 깔끔한 목장이 내년 3월 말이면 무허가 축사로 규정돼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설비가 잘 갖춰진 농장도 해당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농장은 인접한 다른 사람의 땅을 구입하지 못해서 무허가로 규정됐다고 했다. 돈을 줄 테니 팔라고 해도 소유주가 팔지 않아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무허가 축사 적법화가 이뤄진 농가는 전체 축산농가의 12.1% 수준에 불과했다. 올 3월까지 적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 사육농가의 44%, 돼지 사육농가의 52%가 폐쇄된다.

그렇다면 왜 축산농가들은 생존권이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해 두었던 것일까? 사실 방치한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했으나 이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산농가가 가축 분뇨 처리시설을 갖춰도 무려 25개에 달하는 다른 법령들을 충족해야 한다. 허가를 받으려면 행정절차가 복잡해서 6, 7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대규모 가축전염병 발생과 정부의 지침 발표 지연 등 외부적인 요인까지 시간을 더 부족하게 만들었다.

특히 가축 분뇨를 잘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무허가 농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우 분뇨는 모두 퇴비로 활용되고 있어 환경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대부분 농가들은 법 개정 이전에도 30∼40년간 축산을 생업으로 해왔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농장을 폐쇄해야 한다.

모든 산업에서 환경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생존권 또한 보장돼야 한다.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할 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유예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환경과 축산을 모두 고려하는 지혜와 소통이 필요한 때다.

조태임 한국부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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