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FTA 개정 한국 경제 앞에 거대한 파도 예고 끌려다니지 말고 맞서 대응보복 해야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어제 워싱턴에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1차 협상이 있었다. 다행히 미국이 전면 개정보다는 자동차 부문 비관세장벽 해소, 디지털무역 개선같이 실속을 차리기 위한 협상전략으로 나오는 것 같다.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민감한 시점에 FTA를 재협상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안보와 통상이익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주고받기(give&take)식 협상’을 하면 의외로 매듭이 잘 풀릴 수도 있다. 미국이 집착하는 자동차 비관세장벽 등의 분야에서 시장 접근 개선을 해주고 그 대신 국내 정치적으로 꼭 지켜야 할 농축산물 추가 개방 불가를 얻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금년에 진짜 중요한 통상과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 길들이기’를 하는 중국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어물쩍하게 봉합되어 있는 한중 통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다.
작년 말 국빈으로 베이징에 가서 홀대 받았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 잘못이라기보다는 중국이 우리를 오만하게 하대(下待)한 것이다. 그런데 모양새가 우스웠던 것은 사드 보복이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것이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은 우리 경제인들을 데리고 가 다시 경제 협력을 하자고 매달렸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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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책(上策)은 강력하게 맞받아치며 대응보복을 하는 것이다. 그럴 리는 없지만 우리가 적당한 핑계로 반도체 공급을 잠시 늦추기만 해도 중국 전자산업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중책(中策)은 보복의 고통과 비용을 의연히 참고 견디어 보복효과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하기는 해도 중국에 굴종하진 않는다. 제일 어리석은 하책(下策)은 실컷 두들겨 맞으며 당하다가 상대가 보복의 칼자루를 느슨히 잡으면 달려가 관계를 복원하자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다.
우리가 상책과 중책으로 대응하면 함부로 다시 보복하지 못하지만, 하책으로 질질 끌려가면 만만히 보고 제2, 제3의 보복을 일삼을 것이다. 중화사상을 가진 중국은 약한 상대는 짓밟지만 강하게 나오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나라다. 1978년 베트남을 우습게 보고 인민해방군을 보냈다가 굴욕적 패배를 맛본 후 그 나라만은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통상정책에 관한 한 올해 우리는 중국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특히, 섣불리 사드 보복을 되풀이하다가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실제로 정부, 기업,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 이를 준비해야 한다. 한중 경제 관계는 상호 관계이기 때문에 보복으로 우리가 고통스러우면 중국도 반드시 뭔가 대가를 치른다.
미국 기업은 아무리 고수익이 기대되더라도 정치적 리스크가 큰 나라에 투자하지 않는다. 사드 보복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은 국내 기업에는 상당히 정치적 리스크가 큰 나라가 된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 이제부터 ‘중국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규모 투자는 재고하고, 정부도 대중 투자에 대해선 기술 유출 심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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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좀 거칠기는 해도 미국은 투명한 절차와 제도에 따라 협상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드 보복 문제를 잘못 매듭지으면 우리를 과거처럼 하국(下國)으로 보고 계속 하대하려 들 것이다. 오랜 역사에서 중국이 약했던 지난 100년간만 우리가 그들로부터 자유로웠다는 것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