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9일 판문점 회담
2018년 사진 추가될까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을 수락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1층에 전시된 남북 정상 및 장관급 회담 사진들을 한 시민이 보고 있다. 2015년 8월 ‘2+2’ 남북 고위급 접촉을 마지막으로 텅 비어 있는 벽면에 9일 열릴 회담 사진이 새로 추가될지 주목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연락사무소엔 비상이 걸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보고됐고, 언론 브리핑 지시가 내려졌다. 이후 다섯 문장의 발표문이 완성됐다. 정부가 오전 10시 33분경 정부서울청사 3층 합동브리핑실을 꽉 메운 기자들 앞에서 “북측이 회담을 수락했다”고 발표하자 크게 술렁였다. 북측의 팩스를 수신한 지 채 20분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 김정은, 회담 제안 사흘 만에 ‘수정 없이’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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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 명의에 대해선 “북한의 조평통 위원장 리선권, 수신은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조명균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이 2일 회담을 제안한 뒤 리 위원장이 3일 화답한 형식을 따른 것이다. 백 대변인은 “대표단의 구성, 수석대표가 누가 될지는 (향후) 실무적인 문서 협의를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또 “의제와 관련해서는 평창 올림픽 참가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라는 북측 입장을 전했다. ‘우리는 대표단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1일 신년사),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하여’(리선권 위원장 3일 발표)에 이어 이날도 발표 형식만 달리했을 뿐 “평창 올림픽 참석 문제 외에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정부의 회담 제의 사흘 만에 이를 전격 수락한 것으로 볼 때 김정은이 “일단 협상 테이블에는 앉겠다”는 입장을 굳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북측이 “실무 협의는 문서로 하자”고 한 만큼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 후 2년 1개월 만에 남북 당국자가 마주 앉는 모습은 회담 당일에 가야 볼 수 있게 됐다. 남북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도 북측 대표단의 파견 문제를 문서로 협의한 바 있다.
남북은 실무 협상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 대화의 밑그림을 그려 나갈 듯하다. 북측 올림픽 대표단의 구성을 제외하고선 비핵화 문제를 논하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인도적 교류나 지원, 올림픽 기간 중 상호적대행위 금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통일부가 중심이 돼 부처 합동 대표단을 선발하고 ‘전략회의’ ‘기획단회의’ ‘모의회의’를 진행하며 회담 준비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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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북측의 회담 수락 사실이 알려지고 약 2시간 뒤 참석한 대한노인회 초청 신년오찬에서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대화를 추진하고 평화도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문제가 물론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내부 의견의 분열”이라고 경계했다. 대화 국면에서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이 포함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지원할 뿐 아니라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이것이 잘되면 북-미 간 대화 여건까지 조성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0% 지지한다”고 말한 것에는 고무된 분위기다. 향후 대화 국면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동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균열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북한도 남북 대화에 더 의미를 갖고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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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신나리 기자